특출나진 않아도 직감과 직관을 요구하는 직설적인 추리는 좋다.
1970년대 후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벌어진 연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나가는 추리 어드벤처 게임이다. 1970년대 미국식 카툰을 보는 듯한 특유의 그림체, 느와르풍의 사운드가 인상적이며, 전반적인 게임의 틀은 황금 우상 사건(The Case of Golden Idol)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다만 소재와 설정이 오컬트와 미스테리에 치우쳐진 황금 우상 사건에 비하면, 이 쪽이 여러모로 좀 더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구석이 많다. 한국어를 지원하는 게임이며, 번역의 퀄리티는 꽤나 뛰어난 편이다.
앞서 언급했듯 전반적인 게임의 흐름은 황금 우상 사건과 거의 동일하다. 사건 현장을 샅샅이 수색해 키워드를 수집하고, 사건 현장에 있는 용의자들의 이름을 알아내고, 빈 칸에 알맞은 키워드를 채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다. 황금 우상 시리즈나 덕 디텍티브 시리즈를 플레이해본 이들이라면 지극히 익숙하게 다가올 게임 진행 방식이다. 각 현장마다 30개에서 60개 가량의 키워드를 수집하게 되는데, 키워드 정렬 및 선택 기능이 아주 잘 갖춰져 있어 꽤나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그만큼 편의성이 잘 갖춰진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대체로 사건 현장이 그리 넓지 않고 조사할 영역도 한정돼있다. 여기에 사건의 구도가 그리 복잡하지 않기도 하고 단서 및 키워드 제시 또한 뚜렷해서 추리의 난이도는 살짝 낮은 편이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직감을 발휘해 추리를 해결할 수 있어 직관성이 좋은 추리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따로 힌트 기능이 없긴 하지만, 워낙 직관적이고 직설적이라 힌트가 따로 없어도 충분히 추리가 가능할 정도다. 단서를 다소 복잡하게 꼬아둔 황금 우상 시리즈에 비하면 이 쪽이 직관성 하나만큼은 도리어 더 뛰어나다고도 볼 수 있다.
스토리 또한 직관적이고 직설적이다. 모든 인물과 사건이 하나의 큰 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일관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전 사건에서의 특정 캐릭터의 행적이 이후 사건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각 사건 사이에서 벌어지는 각 인물의 서사 및 전체적인 이야기의 전개 역시 부드럽게 흘러간다. 다만 게임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유머나 패러디 같은 것이 없어 게임의 분위기는 내내 어둡기만 하고, 별다른 반전이랄 것도 없어 스토리의 임팩트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그래도 최소한 개연성과 핍진성 만큼은 확실히 확보한 모습이다.
대체로 무난함 이상의 완성도를 보이는 추리 어드벤처 게임이다. 1970년대 미국의 분위기를 잘 살린듯한 비주얼과 사운드도 괜찮고, 오브라 딘 호의 귀환(Return of the Obra Dinn) 이후 새로운 정석으로 자리 잡은 추리 어드벤처 장르의 틀을 잘 따라가는 게임 플레이 역시 괜찮다. 딱히 특출나진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떨어지는 점도 없다. 대략 4시간 남짓이면 클리어할 수 있는 게임이니, 적당히 즐길 만한 추리 어드벤처 게임을 찾는 이들에게 무난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