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12/5/2025
배틀필드 6는 'This is Battlefield' 슬로건을 통해 서비스 이슈를 겪어온 시리즈의 전통이나 2018년 배틀필드 V- 2021년 배틀필드 2042- 2025년 배틀필드 6 출시 전까지의 7년 하락기,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른 티미 스튜디오의 델타 포스를 모두 극복하고 FPS 시장의 강자로 다시 올라서겠다는 야망을 보이고 있다. 그런 면에서 배틀필드 6는 지항점 자체가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 가장 가까웠다는 배틀필드 2042보다 시리즈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물론 이는 배틀필드 6가 콜오브 듀티 6로 진화했다는 얘기도 아니다. 이는 게임의 맵에 관한 것이며, 내 관점상 이는 유저수 확보를 위한 개발자의 의도적인 선택이다.
내 기준에서 기존 시리즈의 맵과 가장 비슷한 느낌을 받는 엠파이어 스테이트(중앙 중심으로 교전하는 사각형 보병맵~타위르 점령전), 맨해튼 브리지(헬기 나오는 시가전맵~모래시계), 미라크 계곡(개활지에 중앙 건물~시나이 사막 혹은 건물의 힘싸움이라는 점~자보드 311) 에서 역시 80% 이상의 교전과 사살은 근거리인 20m 이내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보병에게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이런 80%의 근접 교전이 아니라 20%의 근거리 외 저격총과 기관총의 위협이다. 이런 기관총과 DMR의 위협은 엄폐물이 제공되는 거점 근처로 이동하면 해결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유저는 노출된 개활지만 조심하면 저격소총과 기관총의 위협에서 멀어질 수 있으며, 거점을 중심으로 근거리 교전에 집중하도록 제시한다.
이런 전통적인 배틀필드 시리즈의 맵 디자인과 비교해서 2042의 맵 디자인에서 실패했던 것은 적절한 엄폐물과 이동 동선 설정이다. 단순하기 그지 없는 개활지 기반의 맵으로 거점과 거점 간 이동 시간이 과도하게 길어 근거리 외 교전이 20%를 초과한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내 설명에 대해 어떤 이들은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배틀필드 6의 모든 맵은 메트로 작전 수준으로 50m 중거리보다 20m 근거리 교전이, 그보다 10m 초근거리 교전이 더 자주 일어나는 상황인데 왜 맵 디자인이 이렇게 불쾌한지 설명할 수 가 없다."고 말이다.
우리는 개활지에서 날아오는 DMR과 저격소총, 한 곳에 거치한 기관총과의 교전을 싫어한다. 저 셋이 FPS 장르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교전의 일방적임에 있다. SMG와 AR로 알고 있는 각에서 공격하는 것은 예상 가능하다. 벽 뒤로 엄폐한다면, 유탄을 쏘거나 수류탄을 날려줄 수 있다. 만약 정면에서 피격 마커가 찍힌다면, 그 즉시 슬라이딩하거나 눕는 선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근거리를 넘어가는 교전은 일방적이고, 대개 대응할 수 없다. 일방적이면서 대응하기 어려운 교전, 이는 맵이 근거리 중심인 배틀필드 6에서는 다른 양상으로, 엄폐물들과 파티클들로 인해 이뤄진다. 바로 "건물 엄폐"과 "존버"이다.
진입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식별이 어려운 건물 구조와 영화스러운 파티클, 다양한 우회로가 제공되는 맵은 어디서 교전이 이뤄질지 예상하기 크게 어렵다. 미리 숨어 있을만한 지점을 조준하고 들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번의 파쿠르에 예상해야 하는 지점이 평균 4지점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매 진입을 생각하며 게임하는 것은 심한 피로로 이어진다. 그러고서도 체감상 게임에서 1/5의 죽음은 내가 인지하지 못한 상대거나 존버에 당한 결과인 것 같다. 배틀필드 6의 맵은 이렇듯 교전이 이뤄질 만한 장소를 예측하기 어렵게 제작되었고, 교전의 피로감을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까지 긴 글을 잘 읽어 줘서 정말 고맙다. 다음장은 왜 배틀필드 6의 맵이 이렇게 디자인되었는지를 살펴보자.
예상이 불가능하다는 뜻은 다시 말해 실력보다 확률의 비중을 높이는 것과 같다. 만약 거점에서 적의 스폰이 항상 전면이라면 적의 공격은 막기 무척 쉬울 것이다. 하지만 실제 거점의 스폰은 여러 군데 지정되어 위치를 예측할 수 없게 한다. 또한 스폰이 정면으로 고정된다면 실력이 좋아졌을 때 변수를 최소화해 킬뎃을 10 이상 늘리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배틀필드 6는 그러지 않았다. 배틀필드 6는 예상할 수 있는 각을 최소화하고, 실력이 아무리 출중하더라도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 없게 몰아넣었다. 이렇게 디자인된 이유는 뻔하다; 배틀필드 6의 개발 과정에서 실력에 따른 격차를 최소화해 유입 유저를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일반적인 라이트 유저나 유입 유저들은 거점을 향해 적극적으로 돌격하게 된다. 하지만, 배틀필드 시리즈에 익숙한 유저들은 건물 위로 올라갔다. 혹은, 샛길을 통해 적극적인 백도어링을 지속했다. 이런 전술에서의 차이로 존버나 구조물에 의한 피로감은 동등하게 제공하면서, 킬뎃과 점수는 배틀필드 시리즈에 익숙한 유저들에게 집중된 것이다.
마치며, 나는 배틀필드 6가 '배틀필드'답지 않아진 이유와 그 원인를 맵 설계의 변화로 지적했다. 근접전 비중을 더 높이고 엄폐물을 전반적으로 늘려 교전의 예측 불가능성을 강화하고자 한 시도는 교전의 피로감은 공동 부담하면서 성취감은 시리즈의 코어 유저에게 더욱 몰아진 것이다.
위 부분만 떼어 놓고 본다면 내가 시리즈의 최신작인 배틀필드 6를 '시리즈의 전통을 부정하는 잘못된 작품'이라고 주장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록 나는 솔직하게 배틀필드 4부터 입문한 얼마 되지 않은 젊은 팬임에도 불구하고, 배틀필드 6의 다른 부분들은 너무나 잘 만들어져 있고, 특히 강화된 사운드 효과나 배틀필드 1을 어느 부분에서 뛰어넘는 강렬한 파괴효과, 장비와 보병 간 적절한 균형, 2042와 비교해 환골탈태한 컨텐츠 추가 속도, 군복다운 컬러링과 병사의 디자인*을 통해 배틀필드의 젊은 팬으로서 배틀필드 6는 꾸준히 하향세를 타던 시리즈가 노익장의 강인함을 다시 보여준 시리즈로 평가하고 싶다. SteamDB를 계속 확인하면서 동시 접속자가 50, 60을 넘어 70, 마침내 74만 명을 이뤄내며 스팀 2위의 동접자를 이뤄낸 '시리즈의 부활'과 같은 기적을 불러온 것 만으로도 배틀필드 6는 내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개별적으로는 디자인이 튀는 면이 있더라도 영화같이 강한 필터 효과 덕분에 핍진성에서 이상하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
||||||||||||||여담|||||||||||||||||||
1:리댁티드 해금작이 그렇게 그리운 줄 몰랐습니다...
2:세 맵밖에 언급 안해서 다른 맵들을 평가해보자면
-카이로 공성전: 지상판 리댁티드, 입구가 3+1개인 것도 똑같음.
-뉴 소멕 시티: 뉴-도하-2028, 저격 개많고 우회도 어려운데 건물에서 쪼는게 가능하네?
-이베리아 공세: 돌아온 헤이븐
-세인트 쿼터: 중앙 건물에서 쪼는 각이 너무 많음. 중앙만 아니면 훌륭함.
-리버레이션 피크: C거점 조금 복잡한 거 외에는 큰 불만은 없음. 산에 있는 저격수도 역저격 당하기 쉬운데 팀에 저격이 없으면 어렵다.
-파이어스톰 작전: 장비타기 좋아요 베이스킬 싫어요
-블랙웰 필드: 플래시포인트인데 지상밖에 없음
-이스트우드: 맵 구조를 여러 저택이 이어지는 식으로 했으면 어땠을까.(저택 내 근접전은 마음에 드는데 낭비되는 공간이 너무 넓어서 중앙거점 외에는 갈 동기가 없어지는 것 같음.)
3:그럼 저 세 맵만 플레이 가치가 있는 거냐?
-절대 아님, 단지, 저 세 맵이 전통적인 배틀필드스러운 교전이 이뤄지는 맵이라는 뜻임.
-엠파이어 스테이트: 가끔 64인은 너무 많다고 느낄 때도 많고 A거점과 E거점 점령이 너무 비효율적으로 느껴지기도 함.
-맨해튼 브리지: 세 맵 중에서 가장 적절한 디자인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공격헬기는 너무 무리수로 느껴짐. 또A,E, 특히 D거점이 한 분대 정도가 점령하다 보면 반격당하기 너무 쉬움.
-미라크 밸리: 중앙 건물 힘싸움은 재밌지만 저격때문에 기분나쁜 순간이 꽤 생기는것 같음. A,E거점은 너무 후방에 있고 장비가 진입하기도 좋아서 고층건물과 헬기 스폰 거점 사이 개활지 구간에 거점을 배치하는게 좋을듯.
👍 도움됨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