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임을 좋아한다. 특히 이것저것 안 가리고 모조리 죽이고 터트리며 지나가는 게임을 좋아한다. 그런 게임에 명료한, 흥미로운 스토리가 붙어있으면 금상첨화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내가 좋아하는 게임의 범주에 들어서는 게임이다. 특히나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길지 않은 플레이 타임 내내 영화를 보는듯한, 훌륭한 경험을 시켜주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피니트 워페어는 조금 다르다. 게임성, 그래픽, 최적화, 스토리는 모두 차치하고 실행부터가 되질 않는다. 뭐가 문제인지 무한로딩에 걸려 첫 캠페인조차 할 수 없다. 나는 게임에 들어가 주인공으로써 종횡무진하는 경험을 하고 싶은 것이지, 수시간 동안 게임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고 무한한 로딩의 건너편을 들여다보는걸 하고 싶은게 아니다. 당장 내 손에 쥐어진 총으로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적들을 도륙하고, 등신같음으로 무장한 AI들과 함께 노니고 싶은 것이다. 만약 로딩하는걸 보는게 주 목적인 게임이라면 이 게임은 노 맨즈 스카이를 뛰어넘는 과대 포장 게임이 분명하다. 게임 제작사의 무책임함이 게임보다 더욱 흥미로울 지경이다. 꽤나 많은(아마도)수의 유저들이 무한로딩에 걸려 플레이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거늘, 발매한지 며칠이 지났음에도 별다른 패치가 나오고 있지 않다. 결국 유저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컴퓨터에 깔린 온갖 프로그램을 지우고 깔고 지우고 깔고를 반복하여 게임을 플레이 하는 수 밖에 없다.
이 게임의 장르는 FPS가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 조율 시뮬레이터라고 명명해야 한다.
그 빌어처먹을 시네마틱 영상조차 몇 분 보여주고 마는걸 게임이라고 한다면 빅릭스는 5년 연속 최다 GOTY급 갓겜임이 분명하다. 적어도 플레이는 가능하니까.
플레이 하지 못하는 게임을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이끌어내기 위한 고차원적 예술이라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박수를 쳐 줄 용의가 있다. 만약 그런 예술임을 밝힌다면, 기꺼이 박수치는 영상을 찍어 업로드 하겠다. 물론 그 영상은 이 빌어먹을 게임처럼 무한한 로딩에 빠져 단 한 번의 박수조차 치지 않을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