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게임을 해 봤어요!
솔직히 이 시점에 나오리라고는 난 생각 못 했었을 정도로 점점 플스판과 PC판의 발매 텀이 짧아지고 있고 하궤 리멬은 아예 동발로 추정되는 만큼 CLE의 이식력이 향상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CLE답게 이스 노딕스는 아주 개지랄을 떨어놓더니 계궤는 또 시작부터 연동 이슈를 터뜨린 모양이다. 현재는 다행히 해결되었다고 하고 이전과는 달리 런쳐를 따로 안 돌리고 인게임에서 설정을 만지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실행을 하자니 조금 물려서 퍼포먼스를 세세하게 따져보는 건 일단 포기. 어차피 발매한지 며칠 지났기도 해서 그렇게까지 정성스레 할 건 없을 것 같다. 물론 궤적은 이미 내 몸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좆같은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막상 잡으면 또 올클까지 달리긴 하겠지만 일단 플스판의 기억에 의존하여 간략한 평만 작성.
결론부터 말하면 '게임'으로서는 발전된 수작이다. 기술적인 면과 콘텐츠적인 면에서 특히 긍정적인 평을 줄 수 있다. 시스템적인 면도 우려먹었든 어쨌든 변화를 시도하긴 한 것이고 발전을 한 부분이 있어 긍정적으로 평할 수 있다.
보는 맛은 분명 더 좋아졌다. 특히 모션과 연출은 섬1 발표 초기의 충격적인 목각인형 퍼포먼스를 기억하던 나로선, 내가 지르는 돈이 너희를 그래도 발전시키고 있구나 하는 묘한 뿌듯함까지 들게 할 정도.
콘텐츠도 누가 궤적 시리즈 아니랄까 봐 풍부하게 갖춰놓았다. 툭하면 궤적만 하고 있는 새끼가 당장은 물려서 못 하겠다고 할 정도니 말 다했다. 물론 내가 평소에 하는 궤적은 대체로 전투 뺑뺑이고 가끔 스토리 스킵해가면서 보고 싶은 부분만 보는 정도라 각 잡고 올클하려는 첫 시도와는 피로도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진짜 사람 지치게 만들 정도로 존나 많다. 회차플까지 감안하면 뭐..
나는 적당히 좀 했으면 좋겠지만 이미 궤적 시리즈의 요소 중 하나가 돼서 빼기도 뭐한 미니 게임은 건재하다. 여궤1에서는 비중이 확 줄어서 박수 쳤다가 2에서 해킹, 미행 개지랄 투톱으로 화딱지 나게 하던 그 새끼들이 이번에도 건재하다고 시발.
전작에서 먹은 욕을 아는지 조금 나아진 부분도 있고 미니 게임의 볼륨 자체는 줄었지만, 올클 노리는 거 아니면 그냥 엥간하면 스킵을 권장한다. 수정이니 개선이니 해봐야 근본적인 답답함이 어디 가진 않는다.
시궤의 몽환회랑, 여궤2의 메르헨 가르텐을 연상케 하는 시스템인 그림 가르텐은 제법 신선하다. 상기한 두 시스템의 무작정 나아가기 방식은 아니고 보드 게임판 같은 걸 마련해서 유저가 전략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요소를 섞었다.
물론 난 대가리가 나빠서 그냥 이전의 직관적인 방식이 더 편하고 좋다. 참고로 이전과 비슷하게 여기에 들어오면 놓쳤던 부분이나 다양한 추가 기능 등을 체크할 수 있고 아이템도 든든히 충원할 수 있어 자주 들락날락하게 될 것이다.
시스템 면에선 우선 배틀.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변화지만, 팔콤 자신은 점점 더 힘을 주고 있는 필드 배틀이 더욱 강화되었다. '각성'이라는 기능이 추가되어 좀 더 시원시원한 배틀이 가능하다. 다만, 모든 캐릭터가 가능한 게 아니라 이 기능을 쓰고 싶으면 컨트롤하는 캐릭터가 한정된다는 게 단점.
Z.O.C를 발동하여 속도 장난질을 쳐서 전투를 수월하게 이끌 수도 있고, 저스트 회피 후 사용할 수 있었던 이전의 크로스 차지에서 S.C.L.M 차지라는 추가 공격을 발동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크로스 차지는 사용하면 컨트롤하는 캐릭터가 추가 공격하는 캐릭터로 바뀌어서 불편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건 그렇지 않다는 게 특징.
전통의 턴제 배틀에서는 B.L.T.Z라는 시스템...
아니 쓰다 보니까 드는 생각인데 영어 약자 좀 쓰지 말고 이름 좀 직관적으로 만들어라 기능은 기억나는데 이름이 기억 안 나서 계속 찾아보면서 쓰잖아 어쨌든 그런 시스템이 추가됐다. 쉽게 말해서 비전투 요원이 도와주는 기능이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Z.O.C는 턴제 배틀에서도 쓸 수 있다. 효과가 씹사기인데 연속 행동이 가능해진다. 그렇다. 전에는 개나 소나 간단히 쓸 수 있던 크로노 버스트다.
섬궤~시궤 시절의 오더에서 따온 샤드 커맨드도 추가되었다. 그냥 몇 턴 동안 좋은 효과 부여해주는 그거다. 전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사실 이렇게 나올 거면 여궤 시리즈에서 없앨 필요도 없었던 것 같구만.
어쨌든 전투 부분에서는 상기한 것처럼 하나라도 더 추가해보려는 노력 내지는 시늉은 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한다. UI는 조금 개선되었지만 나는 여궤~계궤 시리즈가 편의성은 둘째치고 섬궤~시궤 시리즈의 UI 직관성을 못 따라간다고 생각해서 크게 와닿진 않는다.
오히려 눈에 띄는 건 타임리 워드다. 거창하지만 사실 다른 RPG에서는 이미 자주 쓰이고 있는 키워드 확인하는 기능이다. 사실 설정 복잡하고 고유용어 많은 시리즈라 진작부터 있었어야 할 기능인데 이제라도 추가가 된 게 어딘가 싶다.
팔콤을 볼 때마다 항상 시대의 흐름은 따라가는데 뭔가 항상 타이밍이 조금 늦거나 퀄리티가 조금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번 것도 그렇다. 물론 신기능을 추가해줬으니 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장점이지만 누군가한테는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캐릭터와 콘텐츠가 매우 풍부하다는 것. 원래 궤적 시리즈가 플탐은 알아주지만 그중에서도 최상위권이다.
플레이어블이 시궤 다음으로 많고 주인공이 찢어져 있어 선택과 집중을 하기도 뭐해 육성이 빡빡하다. 그리고 콘텐츠를 자비 없이 쑤셔박아놔서 메인 스토리 위주로 달리고 싶은 유저는 성가실 수 있고 올클을 하고 싶은 유저는 피곤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좋은 얘기는 충분히 해준 것 같고 여기서부턴 안 봐도 된다. 자, 스토리와 캐릭터. 항상 내가 푸념하는 낙서장 부분이다. 소감은
이러다 정말 다 죽어 이 새끼들아....
앞에서 게임으로서는 발전된 수작이라 했다. 하지만 궤적 시리즈의 전체 작품 중 이 정도 시기에 위치한 여궤 시리즈의 최종장을 표방한 '작품'으로서, 언제 나오나 싶었던 케빈까지 소환하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시리즈 최고 인기 주인공 린까지 끌고 온 '올스타전'으로서, 충분히 팬들의 뽕맛을 살려주었나? 그 기대감을 충족시켰어? 나는 아닌 것 같아. 아니라고 봐. 아니야.
일단 확실하게 말할 건 '이 시점에서도 너희가 떡밥을 뿌리고 있을 때냐?'라는 의문을 떼고 보면 떡밥 회수와 다음 떡밥 살포는 의외로 충실하게 잘했다는 거다. 근데 왜 발작을 하느냐.
엔딩 시발놈들아 엔딩! 다른 회사들 다 엔딩이라 알고 있는데 너희만 투 비 컨티뉴로 알고 있는 그 엔딩!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이것들은 전통적으로 사람들이 '당연히' 다음 게임까지 살 거라고 생각해.
근데 씨발 진짜로 사긴 할 거라서 그게 틀린 판단이라 하기도 좀 뭐해서 더 빡쳐. 젠장 팔콤 너는 상술마저도 최강인 것이냐?
분명히 발매 전에는 공화국 스토리 최종장, 반 스토리 일단락 같은 이야기를 했지만, 실제로는 타 시리즈의 주인공급 인물들이 대거 합류해서 엄연히 여궤 시리즈 주인공인 반의 비중이나 존재감이 이전에 비해 밋밋해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했다.
그렇다고 반이 주축이 된 스토리의 임팩트가 훌륭했던 것도 아니다. 결말이 깔끔하게 난 것도 아니다. 퀄을 떠나서 섬궤4에서 스토리를 깔끔하게 끝내놨던 시궤와는 시작점이 다른 상황이었는데 시궤를 이렇게까지 카피해오면 어떡하냐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렸어야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계궤뿐 아니라 전작 여궤2에게도 큰, 어쩌면 더 큰 책임이 있다. 궤적 시리즈가 PC로 나올 때마다 플레이는 않더라도 평가만큼은 썼던 내가 처음으로 걸렀던 작품인데 한참 지나고 나서 '그래서 내 결론은 그냥 하든가 말든가로 귀결됨'이라는 말로 평했다.
부록 느낌의 하궤 3rd나 궤적 맞나 싶은 나유타처럼 비교적 경시해도 될 포지션도 아니면서 저런 말을 내게 만드는 것 자체가 여궤2에서 엄연히 했어야 할 스토리 전개를 심하게 못해놨다는 소리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그 후속작에 부담이 더해지는데 후속작에서는 오히려 주인공급 인물을 늘려놨으니 제대로 풀어갈 수가 있나. 예정된 참사였지만 팔콤의 자업자득인 면이 없지 않아 실드 치기 좀 힘들다.
오히려 아무도 가라고 안 했는데 스스로 첩첩산중으로 들어간 주제에 빙글빙글 돌아서 나오기는 하려는 듯한 모습이라 답답하기만 하다. 하지만 나는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캐릭터는 원체 많이 나오다 보니 모든 애들의 비중과 캐릭터성을 잘 살려준다는 건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목표며 주어진 환경에선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한편 그리운 얼굴들이 많이 등장해서 나는 당연히 좋지만 여궤 시리즈로 입문한 팬들의 진입장벽을 높인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이건 정말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이에 대해서 할 말은 없다.
하지만 팔콤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자 회사라면 당연한 부분이기도 한, 전체적인 캐스팅이 너무 캐릭터의 인기에 의존해서 이뤄진다는 면은 배부른 불평이 나오게 한다.
나는 섬빠니 섬궤 시리즈를 예로 들면 그 당시에도 엄연히 주역으로 활약했어야 할 7반 동료들을 밀어냈던 크로우, 토와가 후속 작품에서도 꾸준히 모습을 내비치니 원. 솔직히 본작에서의 역할을 보면 굳이 캐스팅이 얘네였어야 할 이유까진 없다. 가끔은 의외다 싶은 인물 좀 데려오면 안 되나? 그러게 인기가 있었어야지 얘들아....
시리즈 전통의 세탁기는 이번에도 작동을 멈추지 않는다.
결사 이 빠가사리 새끼들은 이쯤 됐으면 보라색 머리는 안 받아들여야 되는 거 아니냐? 하지만 나는 이번에도 욕은 하지만 입은 웃고 있다. 헤헤 귀엽다 헤헤 좋다 헤헤
끝으로 까먹을 뻔했는데 가격 부분은 PSN에서 보자마자 이것들이 돌았나?를 바로 내뱉게 만든, 이미 경험한 충격이기에 솔직히 별 느낌 없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벌인 일인지 모르겠는 건 여전하지만 스탠다드 에디션이 저 가격으로 나온 건 아니니까 뭐. 물론 책정 자체는 욕을 먹어도 싸긴 하다.
...분명 처음에는 간략한 평이라 하고 쓰기 시작했는데 왜 또 이렇게 길어졌지? 시발 나 팔콤 증후군인가